만렙 쇼윈도 부부로 거듭나는 소용과 철종의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를 꽁냥꽁냥.
두 사람이 나누는 로맨스도 아닌 브로맨스도 아닌 이 새로운 형태의 애정행각을 노타치 로맨스라 칭하자.
중전과 왕의 로맨스를 퓨전사극으로 그린 조선 중전 영혼 가출 스캔들 '철인왕후'가 종영했습니다.
많은 이슈가 있었던 드라마.
역사왜곡과 함께 역사 속 인물들을 욕보인 것이 가장 컸죠.
철인왕후의 배경은 조선 철종 시대로, 흔히 '강화도령'이라고 알려진 철종은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강화도로 간 것은 14세 때로, 형이 역모에 휘말려 죽는 바람에 5년간 평민처럼 살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드라마에서 철종은 세도 가문의 횡보를 견제하며 왕권강화를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안동 김 씨라는 처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왕권을 세우기 어려운 처지였죠.
그는 재위 초반 정치에 의욕을 보였지만, 얼마 가지 못해 술과 여색을 탐하다 33세에 요절했다고 합니다.
역사 속 철종과는 달리 드라마에서의 철종이 좀 더 왕권강화와 백성을 위해 헌신하는 의욕적인 왕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철종의 캐릭터가 좀 더 공감이 가고 응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철인왕후에 대한 기록은 우호적입니다.
야심 많은 캐릭터로 그려진 드라마와는 달리 실제로는 조용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효심이 깊은 현모양처였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철종이 요절해 27세에 미망인이 됐고,
둘 사이에 낳은 하나뿐인 아들도 생후 6개월 만에 잃는 등 불행한 개인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철인왕후는 드라마에서도 강한 세력을 보여줬던 김문인 안동 김 씨가 배출한 마지막 왕후로 순원왕후(순조), 효현왕후(헌종),
철인왕후(철종) 등 연달아 세 차례 왕후를 배출하며 세도정치의 중심이었습니다.
궁이란 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여줬었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할 것 같은 곳이 궁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 반대였던 거죠.
궁 안에선 하물며 똥개조차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는 설정을 더해 인물들의 숨은 비밀이 반전의 재미를 더하고
좀처럼 알기 힘든 인간의 속살을 테마화 했습니다.
소소하게는 청와대 셰프였던 봉환이 밥상에서 자주 손이 가는 반찬을 통해 상대가 숨기고 있는 건강 상태와 마음을 알아내는가 하면
크게는 역사 속 주목받지 못했던 왕인 철종에 상상을 더해 비밀스러운 본모습을 설정하는 등의 신선한 재미와 함께
재조명된 드라마 철인왕후는 한주의 스트레스를 풀어준 재밌고 알찼던, 때론 눈물도 났던 드라마였습니다.
철인왕후 역을 맡은 신혜선의 독보적인 원맨쇼가 이슈가 되어 연기력을 재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흥행 로코퀸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을 정도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창출할 정도였습니다.
남자의 영혼이 여자의 몸으로 빙의되는 신개념 퓨전사극이라는 콘셉트만으로도 상상이 안 되는 캐릭터였지만,
기존 사극에서의 흔한 캐릭터들의 반전을 선사하며, 여자로서의 단아함, 남자로서의 용맹함이 다가 아닌
또 다른 성의 가치관을 확립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또한 봉환이 깃든 소용과 철종의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관계는 마치 엇갈린 오랜 부부의 관계 회복기 같습니다.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다가도 뒤늦게 후회해 되돌리려 하지만 타이밍이 어긋나 오해하는,
둘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흠집 있는 관계로 그들은 쇼윈도 부부행세를 하게 됩니다.
결국 전우애 같은 끈끈함에 서로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만 대립과 오해 끝에 손잡은 소용과 철종의 콤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벅차고 재밌는 캐릭터로 로맨스 코미디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용의 키다리 아저씨이자 늘 곁을 지켜주었던 김병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아련한 짝사랑도 가슴 한편 뭉클함을 남겼습니다.
늘 촉촉한 큰 눈망울로 김소용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김병인의 캐릭터가 늘 안타깝다가도,
한 여자만을 품은 한결같은 마음에 어느 순간 응원을 하게 되더군요.
조연들의 연기들도 칭찬할 만했습니다.
최상궁은 달라진 중전의 날뛰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고 대나무 숲에서 외치는 갖은 욕 사발도 웃겼습니다.
홍 별감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김환의 철부지 같은 로맨스도 재밌었습니다.
지난주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철인왕후가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운 지금,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가볍게 웃어볼 수 있는 철인왕후를 추천합니다.
다만, 역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셔서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로코의 여왕 신혜선을 낳은 드라마 철인왕후를 추천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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